[게임 이야기] 스타크래프트 2의 온라인 판매 결정에 대한 씁쓸한 생각 게임 관련

뭐 이젠 꽤나 된 이야기지만, 다시 곱씹다가 드디어 씁쓸한 속내를 써볼까합니다.

RTS 팬인 저에게 있어서 스타크래프트 2는 정말로 10년 넘게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학기 중에 스타2 한정판 예약구매가 시작되었을 때 첫날 달려가서 전액 다 내고 왔으니까요. 커맨드 앤 컨커 4 중계자로선 살짝 배신자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RTS는 제게 있어서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장르죠.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라는 대작의 이름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도 여러가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큰 요소들은 배틀넷 2.0의 불안정한 서버와 사라져버린 커뮤니티 채팅창이라고 생각됩니다. 뭐 우리나라에선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던 (맨날 봇 생키들이 야동이랑 야사나 선전하고... 요즘도 하죠. 알바들이 ㄱ- 돈 많이 들어오나?) 커뮤니티 채팅이라고 생각되지만 없어지고 나니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런 와중에 비보가 하나 더 추가되었죠. 국내에 출시되는 스타크래프트 2는 패키지가 아니라 디지털 다운로드 형식으로 전개된다고 하죠?

개인적으로 왜 블리자드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북미에선 패키지로 판매하면서 (유럽 판매 방식은 결정된 바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왜 한국에선 디지털 다운로드를 선택한 것일까요? 이 건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 될까요?

뭐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우리나라에 패키지 시장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제일 큰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냐고 하시는 분들, 잠시만 참아주세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복돌이 천국을 부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대한민국과 중국을 지목합니다. 그 중에서 대한민국은 특히나 사람들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존재입니다. 물론 사실 생각해보면 불법으로 게임이 새어나오는 곳은 중국이 한국보다 더 크죠. 하지만 문제는 그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패키지 시장은 형성기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패키지 게임들 중에서 제대로 성공한 게임은 창세기전이나 악튜러스 정도이고, 그 기반도 이젠 다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패키지 게임을 내놓아야 될 회사들이 죄다 지레 겁 먹고 우리 나라엔 물건을 패키지로 내놓을 생각도 안합니다. 아니 패키지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패키지 시장이 어째서 이 꼴로 아작이 난 건지, 그리고 왜 전혀 회복할 기색이 없는 건지에 대해선 좀 짚고 넘어가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다운로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본인도 한 때는 그랬고 지금은 찔려가면서도 계속 한 두 건 씩 하고 있는 미친 짓을 합니다.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면 변명이겠죠. 이 건 자제가 아니라 근절해야 되는 행위니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운로드가 뭐가 어때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 건 제작자들이 나쁜 거지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고 적반하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 더 원초적인 곳으로 돌아가서 보죠. 만약 여러분이 과수원을 하고 있다고 치죠. 기왕 하는 김에 맛있는 대구 능금이라고 합시다. 땀 내서 사과나무들 매일 같이 돌보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도 치고 공에 공을 들이겠죠? 먹고 살아야 하는 재원이니까 더욱이나 열심히 가꾸겠죠. 가을에 아주 맛있는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을 보면서 흐뭇해할 겁니다. 그런데 잠깐? 저기 보니까 웬 사람들이 "이야, 이 능금 봐라. 이 거 참 맛있게 생겼네. 하나 정도 따가도 괜찮겠지?"하면서 모두들 하나씩 따 갑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물론 어떤 분들은 "그래. 남들한테 공짜로 하나 정도 줘도 문제 없지."라고 생각하시는 성인이실지도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분들이 "뭐야? 내가 어떻게 가꾼 사과를 내 허락도 없이 그냥 맘대로 뜯어가는 거야? 그 게 얼마나 피땀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건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면 이제 본연으로 돌아오죠. 게임의 제작과정과 능금의 재배과정은 천지차이겠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노력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매일 매일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번 기획 회의를 하고 컴퓨터 앞에서 그래픽을 만지고 스토리를 쓰고 하는 게임 회사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력이나 맛있는 능금을 재배하기 위해 농약 치고 매일 같이 나와서 나무들의 상태를 보는 과수원 주인의 노력이나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똑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왜 맛있는 대구 능금은 슈퍼가서 사서 드시면서, 왜 게임은 그렇게 못 하십니까? 사과나 게임이나 다 공든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제품인데 말이죠. 사과 하나 허락없이 뜯어가는 건 절도죄라며 화내실텐데 왜 게임 하나 다운받아가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넘어갈 수 있는 건가요?

"너무 비싸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 이해 충분히 갑니다. 제 생각도 좀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게임 회사 사정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은 살살 알려주세요. 막 볍신 그러면서 그러시면 저도 슬픕니다) 실질적으로 게임 가격을 그렇게 책정해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게임 가격의 폭등에 있어서 우리가 잘못하는 부분도 적지않아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선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기본적인 건 공급-수요의 원리죠. 그리고 인플레이션도 있죠. (잠깐 삼천포 이야기를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자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항상 나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바로 전망론에 의한 가격 책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도 한가지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생존 본능입니다.

자 초등학생들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말합시다. 다시 능금을 가져오도록 하죠. 능금을 100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800원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농부는 능금 개당 가격을 10월으로 책정해서 100개를 다 팔면 거기에서 200원을 벌게 됩니다. 하지만 100개를 다 못파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는 허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윤이 남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문제는 능금 100개를 800원 들여서 만들어놨는데 그 중에 99개를 여기저기서 뜯어가고 달랑 1개 남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원래 가격이었던 10원에 팔면, 790원의 막대한 손실이 남게 됩니다. 그러면 답은? 하나 뿐이죠. 남은 1개 사과로 어떻게든 다음 농사를 위한 만큼의 손실로 막도록 해야죠. 그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버리고 맙니다.

물론 이 건 어느 특정 경제 논리에 입각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나올만한 행동이죠. 물론 사업이란 건 이런 단순한 방식이 아니지만 결국 비슷한 논리에 입각해있습니다. 결국 못 견디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이죠.

물론 불법 다운로드가 하루아침에 싹 사라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이 이렇지 않았겠죠.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산업 섹터 하나를 살릴 생각이라면 일단 당장 시급한 건 불법 다운로드를 어떻게 없애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정보통신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부 부서가 있어야할 것이고 (있었는데 어느 대통령이 없앴는지 나 원참) 또 여러 차원에서 패키지 게임 회사를 지원해주며 다운로드 근절책을 마련해야 될 겁니다.

(참고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요즘 다운할 거면 프리웨어를 쓰시면 됩니다... 비싼 어도비 안 쓰셔도 그만큼 잘나가는 프리웨어들 많죠)

덧글

  • 블루드림 2010/07/02 12:37 # 답글

    뭐... 찌질되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살런지 모르죠. 진짜 마니아라면 수입이라도 해도 살테니 말입니다.
    스타는 좋아하진 않지만 온라인 판매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휴~
  • 권막장 2010/07/02 14:29 #

    사실 Steam같은 반 DRM 형식의 온라인 판매가 커지는 것에 대해선 저는 긍정적인 편인데, 블리자드는 원래 전부터 패키지 개념을 소중하게 여겨오는 회사라서 이 번 온라인 판매 결정에 대해 참 저도 착잡한 심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중요 고객 중 하나"라고 말하는 블리자드가 우리나라 게이머 층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지요.
  • 레이오네 2010/07/02 13:58 # 답글

    동감합니다. 패키지 시장이 붕괴되었으니...... ㅠㅠㅠㅠ
  • 권막장 2010/07/02 14:48 #

    전혀 재기할 수 없는 건 아닌데, 현재 대한민국 유저 층의 정서라면 아마 영영 못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원래 우리나라 게임 시장도 패키지에서 시작했는데 이젠 허구헌 날 온라인 밖에 안 찍어대니까 참... 답답하죠.
  • 권막장 2010/07/02 16:51 # 답글

    그런데 어찌 글을 쓰고 나서 보니까 제목이랑 글의 취지가 엇나간 기분이 드는데... 어라 ㄱ-
  • OTL 2010/08/19 11:20 # 삭제 답글

    온라인 다운로드가 편하고 좋긴 합니다만
    책장 한가운데에 패키지들을 꽃아넣고 므흣하게 바라보는 입장으로썬 슬플 따름입니다 ㅠ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블랙)

00
1
7116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