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지금까지의 상황을 바라보며 2010 남아공 월드컵

일단 한 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던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는 바입니다. 계속 경기도 놓치고 한국 대 아르헨 전 때 충격을 좀 심히 먹는 바람에 한동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8시 출근 중이라 새벽 경기를 계속 보는 건 무리라는...)

어찌되었던 그 이상의 변명을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반말모드 돌입합니다.

모든 월드컵은 이변의 무대라고 하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유난히 이변이 많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내 인생에 제대로 본 월드컵은 98년 이후로 4번 뿐이다. 2002년은 제외하자. 우리나라한테만 이변이 많았었다.)

강호들의 연이은 고전, 소위 약체라고 불리던 아시아 팀들의 선전, 홈 대륙이나 다름없는 아프리카 팀들의 졸전이 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 외로 많은 조들이 난전 분위기로 들어가면서 이 번 월드컵의 16강은 모두 "아무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로 축약할 수 있다.

A조는 개최국 남아공이 우루과이에게 패하면서 1무 1패를 기록,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 못한 개최국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멕시코가 프랑스를 무찌르며 프랑스 역시 1무 1패로 벼랑끝으로 몰리게 되었다. A조는 모든 팀이 아직 16강 출진 가능성이 있어 정말로 예상이 힘들게 되었다. 우루과이는 멕시코와의 한판을 남겨놓고 있고 프랑스와 남아공 역시 서로 경기를 치를 것이다. 만일 우루과이-멕시코 전이 무승부로 끝난 다면 두 팀이 프랑스-남아공 전 결과에 상관 없이 16강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만일 우루과이-멕시코 전에서 승부가 난다면 프랑스-남아공 전의 승자가 우루과이-멕시코 전의 패자와 함께 골득실 차를 따지게 될 것이다. 둘다 득실차 +2를 기록하고 있는 멕시코와 우루과이이기 때문에 만일 2점차 이상으로 지게 된다면 16강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 있다.

B조는 아르헨티나가 2승을 따놓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그리스 그리고 나이지리아가 16강을 위한 자리를 경합하게 되었다. 현재 16강 진출 가능성만을 따지자면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론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남은 경기는 아르헨티나-그리스 전과 대한민국-나이지리아 전이다.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그리스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대 아르헨티나 전에서의 대량 실점으로 인해 골득실이 -1로 동일하다. 대한민국이 3골을 기록하고 있어 득점 순위 상 근소한 차로 2위를 하고 있지만 1골 차이 밖에 안나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그리스의 마지막 상대가 B조 강체에 유력 우승 후보로 뽑히는 아르헨티나라는 점이다. 즉, 그리스가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패배할 경우 대한민국은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만 해도 1승 1무 1패에 승점 4점으로 16강에 출진하게 된다. 그리스가 비기게 될 경우 득점을 따지게 되는데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1-1 무승부를 하면 대한민국이 나이지리아와 0-0 무승부를 해도 승자 진출에 인해 그리스를 이긴 우리나라가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점수의 무승부가 되면 대한민국 역시 득점을 해야한다. 그리스가 이기게 되면 한국 역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이겨야 하는데 이럴 경우에도 다득점으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찌되었던 대한민국은 나이지리아 상대로 2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는 것이 제일 안전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도 지고 싶진 않을 것이다. 만일 그리스 상대로 2점차 이상으로 지게 되면 한국이 승리를 거둘 시 아르헨티나의 입지도 위태로워 지기 때문이다. 기왕하는 거면 3승을 거두면서 올라가는 것이 팀의 사기에도 좋을 것이다.

C조는 당초의 잉글랜드-미국의 16강 진출 유력설을 뒤엎고 역시 혼전 양상으로 들어갔다. 미국과 비기면서 1승 1무를 챙긴 슬로베니아는 결코 안전하지 못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잉글랜드, 미국 모두 2무를 챙긴 상황에서 슬로베니아-잉글랜드 전과 미국-알제리 전이 남은 상황이다. 잉글랜드는 어떻게 해서든 16강 진출을 위해 슬로베니아를 몰아칠 것이다. 만일 슬로베니아가 지게 된다면 미국-알제리 전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좌우된다. 반면, 비기거나 이기게 되면 되면 미국-알제리 전의 승부 결과와 무관하게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1무 1패를 챙기고 있는 알제리는 미국을 상대로 무조건 이겨야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살아난다. 미국도 16강 진출을 위해선 이기는 것이 상책이다. 알제리-미국 전은 이 때문에 굉장히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D조는 세르비아를 상대로 먹튀 1승을 챙긴 가나가 그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듯이 호주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스스로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흐렸다. 반면 세르비아는 독일을 상대로 예상 외의 1승을 거두며 16강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현재 가나가 1승 1무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다음 상대가 독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가나가 1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완벽하다고 보긴 힘들다. 반면 세르비아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호주를 맞으면서 필승전략으로 나설 것이다. 만약 독일과 세르비아가 각각 추가로 1승씩 챙기게 될 경우 가나는 먹튀 1승을 가지고도 16강에 진출을 못하는 안구에 습기차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도 먹튀가 싫었나?) 호주는 16강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세르비아를 무찌르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베어벡 감독의 전술이 어떻게 될 지 두고봐야할 것이다.

E조는 현재 모든 조들 중에 그나마 어느 정도 16강의 틀이 잡힌 조다. 일본-덴마크 전과 네덜란드-카메룬 전이 남은 E조는 카메룬이 일본과 덴마크 상대로 전패해 2패를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탈락 팀에 명단을 올렸다. 이미 탈락한 카메룬에 비해 네덜란드는 이미 빼도 박도 못하는 16강 진출 국가가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카메룬 전에선 아마 2군을 대거 투입하여 1군 선수들 몸보신이나 시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만일 카메룬의 상대로 패배하게 되면 일본-덴마크 전에서 승부가 났을 때 점수차로 인해 골득실로 조2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16강에 올라가서 바로 대진하게 될 F조 진출 팀을 저울질 하며 대 카메룬 전의 승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볼 것이다.

일본과 덴마크는 둘 다 카메룬을 제물로 삼으며 1승 1패를 기록, 이제 서로와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은 무조건 16강 진출이기에 둘 다 이 한 판에 거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 경기엔 일본이 상대적 우세를 쥐고 있다. 바로 골득실 차 때문이다. 승점으론 동률을 이루고 있는 두 팀은 골득실 차에서 일본이 0, 덴마크가 -1로 일본이 앞서고 있다. 즉,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가 수비가 강력하고 역습을 주요 공격 패턴으로 쓰는 팀인데다가 일본이 최근 굉장히 강한 압박-협력 수비 축구를 성공적으로 끌어내고 있어 일본의 16강 진출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F조는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가 완전 비실이 축구를 하면서 삽질의 연속을 보여줬다. 결국 F조도 난전으로 돌입했다. 파라과이가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승리를 올리며 1승 1무로 1위에 올라선 상황에서 2010년 월드컵 최약체로 낙인된 뉴질랜드를 상대하게 된다. 만일 파라과이가 뉴질랜드-슬로바키아 전과 뉴질랜드-이탈리아 전을 봤다면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두 팀의 허무한 삽질을 하지 않도록 귀감(?)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상대를 몰아치면서도 골을 못 만들어낸 슬로바키아와 이탈리아는 이제 서로와의 경기를 앞에 두고 있다. 이 둘도 역시 16강을 위해선 1승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뉴질랜드 역시 16강을 위해선 파라과이를 상대로 1승을 챙기는 것이 좋겠지만 1무 더 얻어서 3무하고 이탈리아가 슬로바키아한테 비기길 간절하게 비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럴 땐 뉴질랜드는 이탈리아-슬로바키아 전의 무승부 때 이탈리아의 득점수보다 더 많이 득점해야 한다.

죽음의 조라고 불리던 G조는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의 기대에 못미치는 무득점 무승부로 인해 소문난 잔치라는 소리를 면할 수 없었다. 북한은 세계 정상인 브라질을 상대로 2-1로 패배하면서도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선전을 하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1패를 해놓고서 16강 진출이란 현실적인 과제는 상당히 힘들게 되었다.포르투갈도, 코트디부아르도 다 북한을 제물로 16강에 진출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이 상황에서 새벽의 브라질-코트디부아르 전도 북한에게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코트디부아르가 브라질을 상대로 이길 경우엔 북한이 포르투갈을 이기면 3 팀이 1승 1패 동률을 이루는 상황에서 골득실차가 관건이 될 것이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부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상대로 매우 큰 점수차로 이길 필요가 있다.

H조는 관심 끄고 사는 조에서 스페인이 스위스에게 0-1 패배를 맛보면서 중요 접전 조가 되었다. 칠레도 98년 이래 12년만에 다시 본선에 진출하면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좋은 시작을 끊었다. 스페인은 우승 후보로 점지된 마당에 스위스에게 예상 외의 패배를 맛보면서 남은 온두라스 그리고 칠레와의 경기에서 활로를 찾아야하게 되었다. 칠레가 꽤나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스페인의 16강을 향한 항해는 거센 폭풍을 한 번 더 뚫어야할 지도 모르게 생겼다. 어찌 되었던 H조 역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조가 되어버렸다.

정말로 A~H조까지 다 분석하면서 쓴 글이지만 어디 하나 속히 말하는 "강팀"을 칭찬한 부분이 거의 없다. (심지어 게나마 선전하고 있다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대해서도 칭찬해줄 만할 내용이 전혀 없다...) 어찌 되었던 간에 이 번 월드컵은 이변의 도가니가 될 것 같다. 최근에 일본 언론에서 오카다 재팬의 선전을 칭찬하면서 한일 양국이 동반으로 16강에 진출하길 기원한다고 했다고 한다. 본인도 같은 생각이다. 스포츠도 물론 감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아 있는 것이지만 최소한 같은 아시아 팀이 함께 16강에 가는 것은 두 국가간의 역사를 접어놓고 향후의 아시아를 위해서라도 꼭 일어났으면 한다. 만일 북한이 G조의 무한 경쟁을 뚫고 16강에 진출하며 아시아 3국이 모두 함께 16강에 진출한다면 그 이상의 호재가 있을까? 아시아 축구의 위상과 향후 미래 꿈나무 육성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아시아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더 많이 할애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난 마음 속 깊이 바란다. 대한민국, 일본 그리고 북한 이 세 나라가 모두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를... 그리고 더욱 나아가 아시아 축구가 더 이상 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전세계에 피로해주길...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블랙)

00
1
7111

트위터